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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초격차’

  • 관리자
  • 2018-11-10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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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10월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A 갤럭시 이벤트’에서 ‘갤럭시 A9’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초격차’. 재계에 3~4년 전부터 흘러나온 삼성전자의 내부 경영전략이다. 최근에는 동명의 책 <초격차>가 출간돼 더 유명세를 탔다.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을 1년간 인터뷰한 뒤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는 초격차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격차’라고 정의한다. 책은 9월 초였던 출간 첫 주 서점가에서 품절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두 달이 지난 최근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러 있고, 벌써 100쇄를 찍었다.

권 회장이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이라는 점, 삼성이 3분기에 반도체에서만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 등을 볼 때 적어도 반도체 부문에 있어서는 초격차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반도체의 초격차 뒤에는 한때 주력사업이었던 스마트폰 부문(IM부문)의 부진이 유령처럼 따라다닌다. 같은 분기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16조원을 벌어들였다. 2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IM부문과 비교하면 8배에 달하는 차이다.

삼성과 애플이 한때 특허문제로 글로벌 소송전을 벌이며 ‘라이벌’로 인식됐던 시절을 생각하면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치다. 삼성이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만드는 동안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삼성과의 초격차를 구축했다.

5년새 영업이익 격차 4배 불어나

삼성전자가 IM부문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건 2013년이었다. 2013년 삼성전자는 IM에서 한 해 2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1년 후반부터 판매량 세계 1위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3억대를 돌파한 시점이기도 했다. 애플은 같은 해 5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 격차는 약 2배. 당시에도 큰 격차이긴 해도 삼성의 무서운 성장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양대 라이벌로 꼽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를 둘러싼 소송전이 절정을 이뤘던 해도 2013년이다. 애플은 삼성에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2011년부터 삼성을 상대로 디자인 침해 소송 등을 제기했고, 삼성도 이에 애플의 기술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맞소송을 냈다. 양사 간 특허전쟁은 치열한 시장 경쟁만큼이나 관심사이자 볼거리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곧 애플을 꺾을 듯했던 삼성의 기세는 애플이 2014년 화면을 4.7인치로 키운 ‘아이폰6’를 선보이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몸집이 커진 아이폰이 등장하자 일각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탄식할 일”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승부처였던 프리미엄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렸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삼성은 매년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팔면서도 수익성은 떨어져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올해 3분기에 양사 간 스마트폰 영업이익 격차는 8배에 달할 정도로 벌어졌다. 존 스컬리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 8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 전환을 칭찬하며 “애플의 팀 쿡 CEO가 삼성을 따라한 건 매우 잘한 결정”이라며 “기술혁신은 떨어졌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고급화 이미지에 성공해 애플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90%를 거머쥐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꾸준히 프리미엄 제품군을 다양화해 단가를 올려 수익을 내는 동안 삼성은 중저가 제품 판매가 늘면서 판매량은 늘어도 수익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현재 상황에선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추월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애플에 삼성은 이제 라이벌이 아니다. 한때 삼성의 특허 맞소송을 놓고 “미친 짓”이라며 비난을 퍼붓던 팀 쿡 CEO도 더 이상 공개석상에서 삼성을 언급하지 않는다. 애플과 삼성이 7년간 벌였던 특허분쟁도 올 6월 양사가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면서 조용히 일단락됐다.

위로는 애플을 상대해야 했다면 아래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실적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3년은 이미 중국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산 브랜드 스마트폰 판매량으로 삼성에 이어 2위를 기록한 해였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내수시장은 곧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이었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산업연구원은 2014년 초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글로벌 도약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16년에는 판매량에 있어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중국은 단 1년 만인 2015년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빨라도 너무 빠른 중국의 추격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정부의 지원금과 보조금 정책으로 예상 밖의 급성장을 거듭했다”며 “삼성은 애플과 달리 중국 업체와 경쟁구조에 있다보니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력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9%를 상회했다. 하지만 4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점유율이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추격을 받는 동안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통상 봄에는 ‘갤럭시S’ 시리즈를, 가을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보여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선제적으로 주도해왔던 삼성이다. 전자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을 중국 시장 점유율 추락의 주 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딱히 따돌릴 방법 도 없다는 게 문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적자를 내더라 도 해외에 물건을 내놓는 게 중국 업체들 의 특징”이라며 “특히 유럽지역 등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는데 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삼성도 일단은 버티기 작전 에 들어갔다. 중국의 가격공세에 맞서 최대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의 윈테크를 통해 현지형 모델인 ‘갤럭시A6S’를 제조업자주문생산방식(ODM)으로 만들어 팔기로 한 것도 중국산에 대응키 위한 고육지책이다.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대 생산거점인 베트남에 기존 조립공장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핵심부품 공장도 이전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부 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베트남에서 끝내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30일 베트남을 찾은 것도 부품공장 이전 등 신규투자를 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의 추가 생산거점 해외이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김종기 실장은 “삼성이 2017 년부터 특히 베트남에 현지 부품 조달체계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관련 부품 업계 등 국내 산업기반이나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의 기존 스마트폰 생산거점이었던 경북 구미의 경우 구미세관이 집계한 내역을 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123 억92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7.4% 줄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올 7월 삼성을 찾아 기존 생산시설 이전을 중단하고 신규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폴더블폰이 반전 가져올까

전자업계는 판도를 뒤엎을 혁신이 나와야 삼성 역시 반전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판을 뒤엎을 제품으로는 스마트폰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블폰’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개발자회의에서 폴더블폰의 기반이 되는 ‘폴더블 디스 플레이’의 시험용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접었을 때 4.58인치, 펼쳤을 때 7.3 인치가 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수개월 내 양산하겠다”고 밝힌 이 폴더블폰은 이르면 내년 초 국제 전시회 등을 통해 시제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9년은 갤럭시 시리즈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며 “10주년을 맞은 갤럭시 시리즈와 폴더블폰 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문으로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간 기술결합 문제도 꼽는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폰이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의 성능향상을 통해 여기까지 커왔지만 더 이상은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폰 자체만 가지고는 애플과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돈을 버는 게 불가능한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두뇌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인공지능 기반 AP 개발과 관련해 저전력 반도체 설계 등 기술 혁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연말 정기인사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관건은 스마트폰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의 유임 여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반도체(DS)와 IM, 가전(CE) 등 3대 부문의 부문장을 현 체제로 교체한 바 있다. 고 사장을 비롯해 김기남 DS 사장, 김현석 CS 사장 모두 50대로 이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세대교체라는 해석이 많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 명의 부문장 모두 지난해 교체됐고, IM부문도 어찌됐든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 있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두 유임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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