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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아들을 둔 의사 엄마의 호소

  • 관리자
  • 2019-01-25 2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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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다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아들의 모습이 어땠을지 많이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그런 생각도 사치가 됐다.

의사 황주연(45)씨의 얘기다. 그의 아들(8)은 뇌전증의 하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을 앓고 있다.

여러 형태의 경련과 발달부전을 동반하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은 소아기 뇌전증 중 가장 심하며, 보통 만 1살에서 8살 사이에 발병한다.
 
황주연씨(사진 왼쪽)와 아들. 황주연씨 제공
황씨의 아들은 처음에는 하루 10회 이상 경련을 일으켰다. 지금은 5회 정도로 다소 나아졌지만, 유모차에서 휠체어로 이동수단이 바뀌었을 뿐 갓난아이처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맞벌이하는 황씨 부부가 낮에 집에 없을 때는 친정어머니가 집에 와서 외손주를 돌본다.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갖고 아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특히 “일희일비하지 않고 밝은 미래가 오길 기다리자”며 긍정적인 자세로 아이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주는 남편 덕에 황씨는 큰 위로를 받는다.

정작 이들 부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아들이 겪는 고통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칸나비디올(CBD)오일’을 국내에선 합법적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마초 추출물인 CBD오일은 뇌전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등에서는 CBD오일을 우리나라의 홍삼처럼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해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돼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황씨도 2017년 CBD오일을 미국에서 들여오다 세관에서 적발돼 밀수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다행히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또다시 그러다 걸리면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해에만 황씨와 비슷한 혐의로 입건된 사례가 80건에 달했다는 보도가 있을 만큼 국내에 절박한 뇌전증 환자 가족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 추정치는 30만명~40만명 규모로 알려진다. 
 
황주연씨 가족의 즐거운 한때. 황주연씨 제공
황씨는 아들의 멍하던 눈빛이 처음 CBD오일을 먹고 난 후 생기가 돈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이와의 교감은 엄마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체중 1㎏당 2㎎을 먹이고 3㎎, 4㎎으로 용량을 늘리던 중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갖고 있던 오일 3병을 모두 압수당했다고 한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뇌전증 완화에 CBD 오일이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며 “미국, 일본에서도 모두 영양제처럼 쓰는데 우리만 반대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오는 3월 12일)을 50일가량 앞두고 황씨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CBD오일 정식 허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개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1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난 대마 성분 의약품 4종의 수입을 공식 허용하기로 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요구 단체들은 이들 4종 의약품이 뇌전증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진토제(구토를 멈추는 약)나 진통제에 불과한 만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CBD오일을 정식으로 들여와 섭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4종 중 CBD 성분으로 만든 에피디올렉스(Epidiolex)는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극히 일부 난치성 뇌전증에만 처방 가능할 것으로 보여 개정안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황씨는 말한다.

황씨는 “앞으로 나은 치료법이나 약이 나올 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며 “아이를 바깥에 데리고 나가 같이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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