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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는 왜 5년째 회사와 싸우나

  • 관리자
  • 2019-02-09 1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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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한농 산업재해 알린 이종헌씨, 국민권익위 결정에도 회사 전산망 사용 못해



내부고발자를 표현한 일러스트 / 일러스트 김상민

2014년 6월 팜한농 직원 이종헌씨(46)는 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실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했다. 이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용노동부는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 24건을 적발했고, 팜한농에 1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시 이씨는 노동부에 회사의 비리를 신고하면서 “신분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당부했지만 회사는 이씨를 찾아냈다. 회사는 이씨에게 대기발령을 비롯해 성과등급 하향 등 불이익을 줬다. 그때마다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청했다.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통해 회사가 벌이는 횡포를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국민권익위는 5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보호조치를 결정했고 팜한농에 보호조치 이행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씨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는 이씨의 회사 전산망 접속을 막는 등 ‘우회적’ 불이익 조치를 반복했다. 결국 이씨는 참여연대를 통해 지난 1월 9일 재직 중인 회사를 형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국민권익위의 ‘보호’를 받는 이씨는 왜 5년째 회사와 싸우는 걸까.

회사에 신분 알려져 불이익 당해

2016년 LG화학 자회사로 편입된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00년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에 입사한 이종헌씨의 담당업무는 노무관리. 비료와 농약 생산작업을 할 공장 내 비정규·기간제·계약직 직원을 뽑고 관리하는 것도 이씨의 일이었다. 농약은 1년 중 8개월 정도만 공장을 가동해 생산하는데 생산기에 들어서면 회사는 단기계약직을 채용해 인력을 충당했다. 채용인력 대부분은 공장 인근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을 했고 실제로 노동자들이 다쳐 치료를 받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사측은 산업재해 발생을 숨겼다.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한편 다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면 이후에 다시 채용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산재를 은폐했다.

이씨는 생산공장에서 연구소로 근무지가 바뀌고 난 2014년 6월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사실을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했다. 신분 노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신분은 금세 드러났다. 당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성남시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회사 측의 유착으로 이씨의 신분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회사 관계자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감독관들하고 다 아니까 자주 연락 주고받고 밥도 한 끼씩 먹고 할 정도로 친분 있는 사람이니까 연락이 오지. 거기 과장이 나랑 되게 친했던 사람인데 연락이 딱 왔더라고. 그러니까 알게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회사의 눈 밖에 난 이씨는 2014년 6월 30일자로 대기발령됐다. 이후 인사를 통해 발령받은 곳은 논산공장, 근무지는 경비실 옆 빈 사무실이었다. 팜한농은 2015년 성과평가에서 이씨에게 최하위등급인 D를 부여하고 시설물 출입금지, 프린터 이용제한, 출입기록 관리 등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 회사의 회계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회사 전산망 ERP 접근도 금지됐다. 이씨는 “회사의 산업재해 은폐사실을 ERP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전산망 접속을 금지시킨 것”이라며 “일을 할 수 없도록 해놓고 일을 못한다며 성과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밝힌 공익신고자 이종헌씨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팜한농’을 검찰에 고발했다. / 이종헌씨 제공

권익위, 보호조치 이행 확인 안해

잇단 불이익 조치에 대해 이씨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산업재해 은폐 신고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의 공익신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2014년 11월 첫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을 시작으로 2016년 3월과 2017년 2월과 8월, 2018년 5월까지 모두 5차례나 신청했다.

국민권익위는 이씨의 보호조치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보호조치를 통해 성과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하도록 하는 한편 사무실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전 배치시켰다. 이씨에게 내려진 타 지역으로의 전보조치도 불이익 조치로 판단해 구미공장으로 다시 전보하도록 했고, 업무에 필요한 전산망인 ERP 접속권한도 부여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팜한농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씨에게 ERP 접속권한을 되돌려주지 않았다. 권익위는 앞서 2017년 10월과 2018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씨의 사내전산망 접근을 허용할 것을 지시했지만 팜한농은 권익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권익위가 내린 보호조치는 ‘따르지 않아도 그만’인 결정인 걸까. 권익위가 신청인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내리면 피신청인은 권익위에 이행 여부를 통보한다.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팜한농 역시 권익위에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보호조치 결정이 나온 뒤에도 팜한농은 이씨에게 ERP 접속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이행결과보고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권익위는 팜한농의 이행결과보고서를 토대로 결과 통보문을 이씨에게 보냈다.

이 과정에서 권익위는 현장에서 실제 보호조치가 이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팜한농으로부터 이행결과보고서가 왔기 때문에 그대로 이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1월 6일에 이종헌씨로부터 보호조치 이행이 안 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이후에 팜한농에 확인해 빨리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팜한농은 두 차례에 걸쳐 권익위에 ‘거짓’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했고 권익위는 두 차례 모두 팜한농의 보고만 확인하고 사안을 종결했다. 실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권익위는 추가제재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씨와 참여연대가 직접 팜한농을 형사고발한 이유다.

팜한농은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고발에 따른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팜한농 측은 “사내전산망 접속권을 다 부여했다고 판단해서 권익위에 이행했다고 보고한 사안”이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전산망 접근 모듈 가운데 하나가 누락돼 있었던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익신고자의 피해가 반복되고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허술한 공익신고자 보호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2년 동안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등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반복해서 보호조치 이행을 하지 않으면 처벌수위를 높이거나 해야 하지만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공익신고자에게 ‘계속 보호조치를 내려서 도와줄테니 버텨라’고 하는 건데, 이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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